- 아티스트
- 김심야와 손대현
- 앨범
- Moonshine
- 발매일
- 1970.01.01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TV 안 그들의 집들이에
거의 접을 뻔한 앨범과 내 삶의 방식을 부정하는 재력
비정기적으로 발행될 예정인 현대 음악 클래식전은 제가 5년 이상 들었거나 5년 이상 들을 것 같은 곡들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따라서 곡 선정은 당연히 제 맘입니다. 왜 이따위 노래를 선정했냐고 물으신다면 딱히 사과의 뜻은 전하지 않습니다.
저는 전문 평론가가 아닙니다. 곡에 대한 감상은 굉장히 초보적입니다. 그럼 왜 쓰냐고 물으신다면 제 맘입니다.
모쪼록 여러분에게 좋은 음악을 전달해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한국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 김심야. 나는 감히 김심야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음악에 진중하고 진심인 힙합 아티스트라고 칭한다. 실력적인 면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그가 인터뷰를 통해서, SNS를 통해서, 그리고 음악을 통해서 전달하는 메시지에는 그의 진심이 가득 담겨있다.
이 곡도 마찬가지이다. 2016년과 2017년 김심야는 XXX의 EP 'KYOMI'에서부터 시작하여 돈과 세상에 대한 미움을 자주 토해왔다. 그는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는 아티스트들에게 분노했고, 음악성만으로는 최소한의 '먹고 살 돈'조차 벌기 어려운 시장에 분노했다.
그런 그가 2018년 XXX의 정규 1집 'LANGUAGE'의 발매를 앞두고 '이제는 분노가 너무 쌓여서 오히려 차분한 기분이다.'라고 인터뷰를 통해 말했었는데, 나는 이 곡을 그런 감정 변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김심야의 랩은 대부분 가사를 정말 공들여서 읽어야 한다. 그는 작사 과정에서 비유적 표현과 꼬아 쓰는 것을 굉장히 선호하는 사람이기 때문인데, 이 곡은 그의 가사임을 감안한다면 굉장히 친절하게 진행된다. 가사에 적용되는 메타포는 굉장히 직관적이며, 전반적인 가사 역시 직설적으로 적혀있다. 아마 '돈'이라는 매개체에 대한 그의 솔직한 감정을 담고자 하는 노력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다. '돈'이라는 원초적 대상을 타겟으로 작사를 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가사를 직설적으로 썼을 수도 있다.
이 곡의 제목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말 그대로 '돈의 흐름', 그리고 다른 하나는 '김심야의 돈에 대한 생각의 흐름'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당연히 내 혼자만의 의견이다). 김심야는 미디어에 나타나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존재들이 축적한 부를 보고 거대한 좌절을 느끼고 그들을 '순식간에 나의 영웅 둘이 쌓아올린 담을 무너뜨린 놈들'이라고 칭하며 분노한다. 이 세상을 '널 빼도 잘 돌아가는 새끼들'이라고 칭하며 자신의 처지를 '번 새끼 옆에 딱 붙어야 주워 먹는' 처지라고 칭한다. 그리고 이런 처지를 썩 나쁘게 여기지 않는다.
돈에, 그리고 세상에 분노하던 김심야는 결국 곡의 말미에는 '돈이 갑인' 세상을 인정한다. 더 이상 돈에 관하여 말이 안통하던 내 자신과 말로 다툴 일은 없다. 그 사람과 다툴 생각조차 들지 않기 때문이다. 돈에 관하여 말이 안 통하던 내 자신은 '좋은 음악을 하면 많은 벌이를 버는 것이 정당하다.'를 외치던 과거의 자신일터이다. 그런 '내가 뭐래도 money flows'다. 자신이 아무리 열변을 토해봐야 세상이 변하지 않았기에, 이제는 분노를 멈추고 체제에 순응해버리는 그 과정을 이 곡은 담지 않았나 싶다.
돈에 대한 생각은 모두가 다르지만, 어쩌면 모두가 동시에 겪었을 '정당하게 인정 받을 수만은 없는 현실에 순응하는 과정'을 김심야는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지 모른다.
김심야, 그리고 XXX의 미친 광팬인 내가 다른 어떤 곡들보다도 이 곡을 우선적으로 소개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 이유이다. 이 노래는, 그리고 'MOONSHINE' 앨범은 김심야의 다른 어떤 곡들보다도 '이해하기 쉽게' 되어있다. 김심야의 음악에 허들이 높은 이유는 아무래도 '한 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가사'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허들을 한 단계 낮춘 앨범이자 곡이 이 Money Flows 그리고 MOONSHINE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모쪼록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김심야의 음악에 함께 취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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