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티스트
- Ben Folds Five
- 앨범
- Whatever And Ever Amen
- 발매일
- 1970.01.01
If you really want to see me, check the papers and the TV.
Look who's tellin' who what to do.
Kiss my ass goodbye.
비정기적으로 발행될 예정인 현대 음악 클래식전은 제가 5년 이상 들었거나 5년 이상 들을 것 같은 곡들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따라서 곡 선정은 당연히 제 맘입니다. 왜 이따위 노래를 선정했냐고 물으신다면 딱히 사과의 뜻은 전하지 않습니다.
저는 전문 평론가가 아닙니다. 곡에 대한 감상은 굉장히 초보적입니다. 그럼 왜 쓰냐고 물으신다면 제 맘입니다.
모쪼록 여러분에게 좋은 음악을 전달해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바야흐로 2012년, 슈퍼스타 K 시즌 4에 기묘한 팀이 등장했다. '딕펑스'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밴드는, 밴드임에도 기타가 없는 기묘한 모습을 보였다. 대신, 그들에겐 키보디스트 김현우가 있었다.
밴드 음악의 전체적인 멜로디를 형성하고, 때로는 멋진 솔로로 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기타를 뺀 밴드의 구성은 당시 TV 앞에 모여있던 시청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특히, 그들의 실력이 상당한 수준이며, 작 / 편곡한 곡들의 퀄리티 역시 놀라울 정도로 좋았던 점은, 그들이 준우승이라는 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에 힘을 보태주었다. 나 역시 딕펑스를 가장 좋아했었다. 아쉽게도 존박부터 이어진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팀 / 가수는 준우승에 그치는 징크스에 걸려들었지만... 아무튼, 그들은 단순히 '기타를 뺀 밴드'가 아니라 '기타가 필요 없는 밴드' 였다.
그런데 딕펑스 이전에, 그것도 한참 이전에 이미 '기타가 필요 없는 밴드'가 있었다. 피아니스트, 그리고 싱어송라이터였던 벤 폴즈는, 그런 밴드를 만들어냈다. 그것도 1993년에. 물론 얼터너티브 락의 선구자이자 최고의 밴드인 라디오헤드가 이미 자리하고 있었지만, 라디오 헤드 역시 기타를 버리지는 못 했다. 그러나 벤 폴즈는, 피아니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인 자신을 좀 더 프론트로 내세우고 싶었던건지, 아니면 그저 기타의 필요성을 못 느겼는지는 몰라도 기타가 없는 밴드를 만들어냈다.
당연하게도 어디서 어떻게 벤 폴즈 파이브의 음악을 처음 들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난다. 아마도 이 노래로 처음 벤 폴즈 파이브를 접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만 어림짐작 할 뿐이다. 내가 기억하는 내 첫 벤 폴즈 파이브의 곡은 She don't use jelly의 라이브 버전이다. 이상하리만치 특이하지만 사랑스러운 소녀에 대한 굉장히 산뜻한 노래인데, 벤 폴즈만의 찐따 감성과 잘 어우러져서 정말 10대 소년의 첫사랑 같은 느낌이 난다. 기회가 된다면 이 곡도 들어보길 바란다.
아무튼 이 곡은 방금 언급한 '벤 폴즈만의 찐따 감성'이 아주 진하게 묻어나오는 곡이다. 곡의 내용은 사실 별 거 없다. '어렸을 때 나를 괴롭혔던 놈들에게 복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공하는 것' 이라는 말을 노래로 옮긴 곡이 이 곡이다. '나는 어렸을 때 괴롭힘 당했고, 특히 Vic과 Jane은 잊을 수가 없네. 그런데 지금 날 봐, 난 성공한 아티스트야. 너희 따위와는 이제 눈높이가 다르다고.' 라고 벤 폴즈는 말한다.
그래서 이 노래는 좋다. 나에게 이 곡은 모든 벤 폴즈 노래 중에서도 가장 근본과도 같이 여겨진다. 벤 폴즈의 명곡은 정말 많지만, 이 곡은 특히 아티스트 이전에 벤 폴즈라는 한 사람이 지닌 정신세계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곡을 전개하는 과정이 신나서 좋다. 벤 폴즈는 더 이상 한심했던 과거의 자신은 없다는 듯이, 누구보다도 당당하고 자신만만하게 곡을 이끌어간다. 음악에도 딱히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들에 대한 저주를 담지는 않는다. 그냥 자기가 얼마나 잘난 사람이 되었는지를 자랑스럽게 뱉어댄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지나치게 추켜세우지 않는다. 여전히 자신을 난쟁이로 표현하듯 자신의 외적인 부분에서의 부족함은 그대로 인정하고,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기 위해 어떤 수치를 사용하거나 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다. 그런 짓은 오히려 짜치다는 듯이, '내 소식 알고 싶어? TV나 라디오나 뉴스에 다 나와있어. 너가 한 번 찾아봐' 라는 메세지를 전달한다. 이 부분이 이 곡의 핵심 주제다. 벤 폴즈는 내가 이겼다며 정신 승리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정신적인 성숙을 이뤄냈다. '나는 돈이 얼마나 많고, 팬이 얼마나 많고, 투어를 어디어디 다녀. 난 승리했어.' 는 오히려 패배자의 태도인 것처럼. 그 여유로움과 당당함이 진정한 승리임을 알고있다.
최근 이래저래 사회적으로 학교폭력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나는 이 곡이야말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전달해야 할 가장 직접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 사실, 피해를 당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아무리 현학적인 말들을 전해도 절대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말들은 지나치게 이상론적이고 추상적이다.
반면 음악은 어떤가, 음악은 청취자에게 기쁨도, 슬픔도 가져다줄 수 있는 아주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매개체이다. 즐거운 음악을 들으면 춤을 추고 싶고, 슬픈 음악을 들으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자기파괴적인 음악을 들으면 연민을 느끼고 희망찬 음악을 들으면 에너지를 얻는다. 그렇기에 음악은 그 어떤 현학적이고 번지르르한 말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다.
당당하게 자신감 있게 살아가라. 이 곡이 고통 받는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메세지가 아닐까.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지금 이 세상이 끝날 것만 같아도.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살아라. 너희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한 사람이니까. 언젠가는 널 괴롭히던 그 얼굴들을 굳게 만들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한 명의 화난 난쟁이가 되자.
'Music > 현대 음악 클래식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대 음악 클래식전 : f(x) - 4walls (0) | 2023.07.05 |
---|---|
현대 음악 클래식전 : PEEJAY - 나비야 X ZION.T (0) | 2023.02.20 |
현대 음악 클래식전 : Eminem - The Real Slim Shady (0) | 2023.01.06 |
현대 음악 클래식전 : 김심야와 손대현 - Money Flows (0) | 2022.12.25 |
현대 음악 클래식전 : Nickelback - Rockstar (2) | 2022.12.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