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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현대 음악 클래식전

현대 음악 클래식전 : f(x) - 4walls

by JKROH 2023.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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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Walls
아티스트
f(x)
앨범
4 Walls - The 4th Album
발매일
1970.01.01
눈 깜짝할 그 순간
내 심장은 이미 blue
소리 없이 다가와
내게만 펼쳐낸 신기루
비정기적으로 발행될 예정인 현대 음악 클래식전은 제가 5년 이상 들었거나 5년 이상 들을 것 같은 곡들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따라서 곡 선정은 당연히 제 맘입니다. 왜 이따위 노래를 선정했냐고 물으신다면 딱히 사과의 뜻은 전하지 않습니다.
저는 전문 평론가가 아닙니다. 곡에 대한 감상은 굉장히 초보적입니다. 그럼 왜 쓰냐고 물으신다면 제 맘입니다.

모쪼록 여러분에게 좋은 음악을 전달해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언제부턴지 모르겠는데, 이지 리스닝이 가능한 곡들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완전 빡센 락이나 힙합음악을 주로 들었다면, 언젠지 모르는 그 순간부터 하우스 장르의 곡들이나 pb r&b, 보사노바, 모던 재즈 같은 부드럽고 온화한 곡들이 좀 더 내 귀에 많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음악을 듣는걸 좋아하다보니 하루 중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음악을 들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컬트적인 음악이 가져다주는 불가피한 피로감을 그렇지 않은 음악들이 해소시켜준 것 같다.

 

 4walls를 처음 들은 건 아마 이 시기였을 것 같다. 유튜브로 하우스 음악을 디깅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접하게 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되는데, 사실 처음 이 곡이 발매됐을 당시인 2015년만 해도 나는 지옥에서 온 힙찔이였기 때문에 아이돌 음악을 반강제적으로 거부했고다. 지금 들어도 명곡인 곡들에 내적 댄스를 추면서도 겉으로는 싫은 척 하기 일쑤였다.

 

 내가 부드러운 음악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아마도 당연히 시장의 트렌드가 그렇게 바뀌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2017년 정도부터였나? 국내 음악은 강인하고 강렬한 음악에서 하우스 기반의 사운드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대중 음악은 물론이거니와 장르 음악인 힙합에서조차도 기리보이와 같은 아티스트를 필두로 듣기 쉽고 편안한 음악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이제는 완전히 '대중'으로 칭해지는 사람 중 하나가 되었지만, 여전히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힙합이 팝에 편입되는 현상에 대해 짧게나마 이야기해 보자면 나는 이를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장르 음악에 머물던 힙합은 이제는 팝의 장르 중 하나라고 해도 좋을만큼 팝과 잘 융합됐고,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드릴이나 그라임과 같은 강렬한 장르부터 이모 힙합 같은 기존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장르까지 힙합이 더 넓은 영역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다시 곡 얘기로 돌아와서, f(x)는 4walls 이전부터 기존의 아이돌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운드를 들고나오는 그룹이었다. 첫 사랑니가 그랬고 red light이 그랬다. 그러한 행보는 안타깝게도 마지막 정규 앨범이 되어버린 4walls 앨범에서 방점을 찍었다. 그리고  앨범명과 동명의 타이틀 곡이자, 개인적으로 해당 앨범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곡인 4walls는 내 기준에서는 정말 잘 만들어진 딥 하우스 곡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물론 edm을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 수 있으나, 서두에 이야기 했듯이 나는 그냥 음악을 좋아하는 한 사람일 뿐이라 식견이 굉장히 좁음을 양해바란다). 

 

 4walls는 하우스 곡들이 지니고 있는 킥 & 드럼과 베이스 라인, 신스 멜로디를 기반으로 한 빠른 템포의 곡 진행을 철저하게 지키면서도 대중 음악의 곡 구성 방식을 잘 따르고 있고 동시에 여러 세션을 적절하게 가져다 썼다. 특히 훅부터 엠버의 브릿지까지 베이스 라인을 메인으로 내세운 선택은 곡이 발매된지 8년이 지난 지금도 곡을 세련되게 유지시켜주는데 가장 큰 공을 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아이돌 음악을 썩 좋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억지랩을 너무 시키는 점인데, 앰버는 메인으로 나온 베이스 라인과 잘 어울리며 준수한 랩을 보여준다. 이 역시 지금까지 내가 이 곡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지 않았나 싶다.

 

 보컬 이야기가 나온 김에 보컬 얘기를 좀 더 해볼까 한다. 4walls 뿐만이 아니라 SM에서 발매하는 곡 대부분에 적용되는 이야기일 것 같은데, 4walls는 보컬 엔지니어링이 진짜 기가 막히게 됐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곡의 인트로격인 크리스탈의 목소리부터 곡이 끝날 때까지, 어느 한 소절 한 마디도 곡의 틀에서 벗어나지를 않는다. 여러 명의 목소리를 한 곡에 담아야하는 그룹 노래 상 어느 한 부분에서는 목소리가 튀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

 

 그런데 사실, 튠을 적절히 사용하고 뭐 믹스를 잘하고 같은 엔지니어링적인 부분을 떠나서 그냥 보컬 구성을 기가막히게 한 점도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한 몫한다. 보컬이 중요한 부분에선 더블링이나 스캣, 백킹, 코러스를 풍성하게 넣어주고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는 담백하게 보컬 라인을 형성한다. 가히 '보컬 구성은 이렇게 하세요' 라고 가이드로 제공해도 될 정도라고 생각된다.

 

 가사가 평범한 사랑노래다보니 사운드에 집중한 리뷰가 되었는데, 사운드 하나만으로도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5년 이상 버틸 수 있는 곡이라는 점에서 혹시 이 노래를 몰랐다면 반드시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f(x)가 컴백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4walls를 뛰어넘는 더 훌륭한 사운드의 곡을 들고 한 번 정도는 다시 가요계에 방문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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