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왜 이런 일정을 짠거야.
우리 학교는 다니면 다닐수록 의구심이 든다. 한 대학교의 학생신분으로 8년이면 이제는 이 학교 정도는 통달했다고 보는 것이 무방할텐데, 매일 매일 새로운 개짓거리로 나를 당황시킨다.
수업이 오후에 있어 오전 11시쯤 느지막히 일어난 오늘, 그보다 30분 앞선 10시 30분에 이중전공의 주임교수에게 메일이 왔다.
OOO에게,
오늘 월요일 오후에 온라인 면담을 진행하겠습니다.
XXX 드림.
해당 면담은 졸업논문의 초안과 관련한 면담이었다. 비록 졸업논문 초안 제출 마감일이 11/18이었고, 최종 제출 마감일은 12/2이었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졸업만 시켜준다면, 그것도 쉬운 방법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그런데 뭔가 하나 마음에 걸리는 내용이었다. '오늘 월요일 오후'라는 말. 월요일 오후는 12시간인데 도대체 언제 하겠다는 거지?
바로 답장을 보냈다. 시간을 언제로 알고 있으면 될지, 오늘 수업이 있어 그 시간은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후 8시 반에 카카오톡으로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에 자고있던 터라 9시에 깨자마자 답장을 보냈고 면담은 5분 정도 뒤에 진행됐다.(사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대학교 커뮤니티를 살펴보니 12/13 오전 12시 25분인 지금까지도 대기 중인 학우들이 있다고 한다.)
면담의 결과는 다소 황당했다. '내일 오전 9시까지 수정해서 제출하세요.'
'교수님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교수님께서 일정을 지키지 못하신 부분에 대한 책임을 왜 시험기간 중인 학생들이 져야합니까. 최종 제출 기한 이후로 단 하나의 공지도 없이 졸업을 코앞에 둔 학생들을 불안하게 만들더니, 오전에 보낸 메일 하나로 학생들의 하루 일정을 전부 어그러뜨린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밤까지 새게 하려고 하시나요. 주임교수라는 자리가 그렇게 대단한 자리입니까. 학생들의 일정이나 심정은 전혀 관계없이 교수님 일정만 중요한 겁니까.'
라고 하고 싶었지만 나는 졸업이 너무나 급한 사람이었다. 교수는 이런 놈들을 조련하는 자리인가보다.
'해야죠 뭐'
위의 4줄을 단 4글자로 줄여서 대답했다. 개같은 나의 처지. 하지만 어찌하겠냐, 다 내가 자초한 것을.
어찌 됐든 3시간 정도 작성한 덕에 졸업 논문의 추가 수정은 마무리되었다. 뭐 잘 봐주겠지, 교수도 사람일텐데. (사실 면담 시간을 떠올리면 사람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오늘은 이런 일들이 있었다. 수영장 재개장 이후 첫 게시글이 이따위 슬픈 일이라는 점이 참 아쉽지만 어쩌겠나, 우리네 삶 기쁜 일만 있으리라는 법은 없는 것을.
오늘의 TMI
사실 다른 주제의 글을 쓰려고 했다. 그건 내일 써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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