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 메시의 Last Dance, 그리고 GOAT
월드컵, 대륙컵, 올림픽, 챔피언스리그, 리그. 발롱도르
축구 선수가 우승을 이룰 수 있는 모든 대회들과 한 해의 최고의 선수에게만 주어지는 상이다. 그리고 오늘 새벽. 이 모든 대회를 평정하고 역대 최다 발롱도르 수상에 빛나는 축구 역사상 단 한명의 선수가 탄생했다.
사실 나는 축구를 그렇게자주 보지는 않는다. 뭐 챔스가 진행될 때만 좀 챙겨본다거나, EPL의 리그 우승을 결정지을만한 중요한 매치가 있을 때 정도만 챙겨보는 편이다.(사실 빅5리그는 빅2리그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리그앙은 PSG가 분데스리가는 뮌헨이, 세리에는 유벤투스가 거의 뭐 절대 지존으로 군림하고 있으니까.)
그런 나도 한 때는 해축을 짬내서 챙겨보게 만들었던 선수가 있었다. 바로 리오넬 메시였다.
메시의 플레이는 뭐랄까, 한 선수가 잘 할 수 있는 모든 지표에서 최정상을 달성한 것 같았다. 메시는 호나우지뉴의 개인기, 호나우두의 골 결정력, 로벤의 순간 돌파능력과 같이 공격적인 측면에서 보여주여 할 모든 플레이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었다.(메호대전이 이어진 이유를 나는 호날두의 메시 이상 가는 스코어러로서의 면모라고 생각한다. 호날두도 분명 좋은 선수였다. 말년에 애새끼두가 되기 전까진...)
공격적인 측면에서만 정상이었나? 메시는 드리블러의 모습도 보여주고, 플레이메이커로서의 면모도 보여주었다. 당장 이번 결승전에서만 봐도 어떤가. 디 마리아가 얻어낸 PK 찬스를 너무나 깔끔히 마무리 지은 것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두 번째 골에서는 수비수 두 명 사이에서 가벼운 투 터치로 전진 경로를 열어준 장면이었다. 이 두 장면 외에도 세 번째 골을 포함하여 정말 좋은 패스를 많이 찔러 넣었고, 아르헨티나에 수 차례 찬스를 안겼다. 메시는 그냥 '골만 잘 넣는 선수'가 아니라 '경기를 이기게 하는 선수'인 것이다. 그냥 골만 잘 넣는 선수들은 너무나 많았다. 메시는 그런 선수들과는 한 차원이 달라보였고, 그래서 나는 메시를 좋아했다.
메시가 한국 나이로 36살이다. 올해가 거의 다 간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37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노장 선수가 120분의 시간을 풀타임으로 뛰고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와 깔끔하게 슛을 성공시키고 끝내는 그를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던 월드컵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단순히 내가 한 때 좋아하던 선수라서가 아니라. 그냥 한 인간이 저렇게까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울컥하더라. 메시는 사실 뭐 노력형 선수라고 부르기에는 좀 민망한 감이 있다. 애초에 재능이 없으면 '좋은 선수, 잘하는 선수'는 될 수 있어도 '최고의 선수'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선수들 중에서도 노력하는 선수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인데. 메시는 최고를 넘어 '최고들 중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기어코 오르고 말았다.
메시의 마지막 도전을 보면서, 나도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한 분야의 최고가 되었다는 점이 부럽기도 하고, '나는 저렇게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도 했다. 그러니까. '나는 메시만큼의 노력을 하는 건 불가능한 사람이야.' 가 아니라 '나는 메시처럼 정말 사랑하는 무언가가 없어.'서 아쉬웠다. 그런데 뭐, 이거는 어쩔 수 없는 거니까.
한 명의 축구 선수가. 기껏 공놀이를 가지고. 이런 정도의 영향력과 울림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가. 메시의 마지막 도전, 그의 Last Dance는 아마 평생 잊지 못 할 것 같다. 메호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스타들의 시대가 오고있지만, 내 마음 속 영원한 슈퍼스타는 '리오넬 메시'로 남을 것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을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Lionel THE GOAT mes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