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초심 찾기
네 번째 면접이자, 세 번째 기술면접을 시원하게 말았다.
최근 되도 않는 매너리즘 비슷한 것에 빠져있었는데, 어제 면접을 말아먹고 오늘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대로는 안된다.
취준 기간이 한 달 한 달 길어질 때마다, 주변의 압박, 스스로의 조급함에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문제는 이 스트레스의 방향이 나로 향해서, 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취업이 안될까. 어디든 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 굉장히 소모적인 생각만 늘었다.
벌써 세 번째 기술 면접이었고, 세 번의 기술 면접은 모두 신입 개발자도 충분히 답변할 수 있는 수준의 질문들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는 어떤 질문이 이뤄질지 몰라서, 두 번째는 긴장해서라는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만. 세 번째 정도 됐으면 잘 답변했어야 한다.
오늘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문득 생각이 들더라. '내가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지금 그냥 이렇게 아르바이트하는 삶에 만족감을 느껴도 되는건가?' 절대 아니다. 나는 꽤 욕심이 있는 편인데, 이런 상태로는 내 욕심을 절대 채우지 못한다. 다시 취업준비를 시작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았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다. 이것저것 열심히 탐구했다. 지금은 어떤가? 이거 다 해봤던 거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나? 취업이 안되는 걸 내 잘못이 아니라 외부의 요인 탓을 하지는 않았나? 한 번 깊이 생각해봐라. 기업에서는 왜 신입을 뽑나? 조금 부족하더라도 자신들의 핏에 맞는 인재로 같이 키워내고 조직의 성장까지 함께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위 문장의 핵심은 조금만 부족한 인재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어떤가? 좀 많이 부족한 것 같은데? 세 번이나 기술 면접을 봤는데, 세 번이나 말아먹은 건 운이 없던 것도, 회사에서 너무 딥한 질문을 한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부족해서다.
다시 초심을 되찾을 때다. 사용하는 기술의 기본적인 원리는 반드시 이해하고 알고 있어야 한다. 또 까먹을테니까 제발 블로깅해서 다음에 다시 찾아봐라. 공부하는 거 원래 재밌었다. 부담을 좀 줄여라. 지금의 부족함을 직시하고 봤던 거라고 생각 들어도 다시 한 번 공부해라.
오랜만에 재수할 때가 생각났다. 그 때는 수능일이라는 목표를 바라보고 매일매일 꾸준히 공부했다. 잘 모르던 문제를 풀 때만큼 기쁠 때가 없었고, 공부하는 내내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 때도 지금처럼 목표를 이루고 싶다는 부담이 있었을텐데, 어떻게 그렇게 즐겁게 했는고 생각해보면, 그냥 딴 생각 없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수능에서 원하는 성적까지는 나오지 않았음에도 큰 불만이 없었다. 내가 부족했구나 생각하고 말았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말 열심히 하자. 어디든 가고싶다가 아니라, 어디서든 찾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