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아이패드 일주일 체험기
아이패드병은 오직 아이패드를 구입함으로써만이 완치될 수 있는 아주 지독한 병이다. 나 역시 어느 순간 지독한 아이패드병에 걸리고 말았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분석한 아이패드 병의 원인은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 모르는 중국어 단어를 찾아볼 때 나는 네이버 사전을 사용한다. 문제는 병음을 모르면 직접 그려서 찾아야 한다는 점인데, 쓰고 있는 휴대폰인 아이폰 12 미니는 너무 작아서 원하는 데로 입력이 안되고 마우스로 그리자니 정교하게 그리기 위해서는 손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 손목이 지나치게 아픈 결과를 야기했다. 나는 '펜으로 써서 단어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 알고리즘을 공부할 때마다 머릿 속으로만 생각하는게 너무 불편했다. 그렇다고 알고리즘의 진행 과정을 직접 그리면서 하자니 한 문제에 지나치게 많은 종이가 희생됐다(마구잡이로 휘갈기면서 알고리즘 과정을 그리다보니). 나는 '마구잡이로 갈길 수 있는 무한한 노트'가 필요했다.
- (핵심) OTT를 침대에 누워서 큰 화면으로 즐길 방법이 필요했다. 자기 전에 한 시간 정도 유튜브나 OTT를 보고 자는데, 그 시간에 나의 작고 아담한 아이폰 12 미니를 붙잡고 있는 것은 지나친 피로도를 유발했다.
대충 이런 이유들이 있으셨겠다.
아무튼 이런 이유들로 아이패드를 당근마켓을 통해 구입했다. 당연히 펜슬도 포함했다. 핵심 이유에는 펜슬이 필요없지만, 명분적인 이유에는 필요하니까. 그렇게 아이패드를 구매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현재까지 아이패드를 사용하며 느낀 만족도는 단언할 수 있다. 아이패드는 무조건 사야한다.
아이패드가 있고 없고는 정말 엄청난 만족도의 차이를 가져온다. 나의 경우에는 위에 서술한 것처럼 명확한 이유를 가지고 아이패드를 구입했기 때문에 그 만족도를 배로 느끼는 지는 모르겠지만, 도대체 내가 얘 없이 어떻게 공부했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아찔할 정도다. 내가 얘 없이 어떻게 OTT 서비스를 즐겼는지를
일단 당장 공부할 때 정말 너무 편하다. 중국어 공부를 할 때는, 노트북보다 적은 부피를 책상에서 차지하면서, 노트북보다 더 높은 효용을 보여준다. 펜으로 써서 모르는 단어를 찾는 것은 손목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검색의 속도도 늘려주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아이패드용 키보드는 필요 없을 것 같아 사지 않았는데, 그것도 함께 구비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프로그래밍 공부를 할 때는 또 어떤가, 알고리즘을 공부할 때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최근 설계와 관련한 강의를 들으며 프로젝트 설계를 시작하고자 하는데, 설계에 노트가 있으면 훨씬 수월한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이패드를 쓰면서 아쉬운 점은 딱 하나 있다. 배터리 효율이 좀 낮은 제품을 구입한 점. 아직 학생의 신분이라 고정 수입이 없어 비교적 저렴한 것들 중에 고르다보니 배터리 효율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82퍼센트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뭐 어짜피 아이패드를 가지고 집 밖에 나갈 일은 없으니 긴급한 순간에 아이패드의 배터리가 부족할 일은 없겠지만, 틈틈히 신경써서 충전해야 하는 점은 아쉽다.
그래서 다짐한 것이 있는데, 취업에 성공하고 고정 수입이 생기면 즉시 아이패드를 추가적으로 구매하려고 한다. '아이패드 있다며 너 미친놈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패드를 충전하면서 쓴다는게 말이 안되잖아. 그래서 지금 쓰는 건 추후 구입할 맥북의 보조 모니터 용도로 사용하고, 휴대하면서 사용할 아이패드를 새롭게 구매할 생각이다.
아이패드의 구입을 고민한 1달의 시간, 그리고 아이패드를 구입하고 사용한 1주의 차이. 그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 故잡스 및 팀쿡 선생님들께 진심을 담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땡큐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