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음악 클래식전 : Eminem - The Real Slim Shady
- 아티스트
- Eminem
- 앨범
- The Marshall Mathers LP
- 발매일
- 1970.01.01
And there's a million of us just like me
Who cuss like me, who just don't give a fxck like me
Who dress like me, walk talk and act like me
And just might be, the next best thing, but not quite me
비정기적으로 발행될 예정인 현대 음악 클래식전은 제가 5년 이상 들었거나 5년 이상 들을 것 같은 곡들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따라서 곡 선정은 당연히 제 맘입니다. 왜 이따위 노래를 선정했냐고 물으신다면 딱히 사과의 뜻은 전하지 않습니다.
저는 전문 평론가가 아닙니다. 곡에 대한 감상은 굉장히 초보적입니다. 그럼 왜 쓰냐고 물으신다면 제 맘입니다.
모쪼록 여러분에게 좋은 음악을 전달해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에미넴에게는 수없이 많은 명곡이 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The Way I am, Stan, Bitch Please, Shake That, Without Me, Lose Yourself 등등 뭐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이건 한 소절 정도 들으면 '아 이 노래'라고 할 정도의 히트곡들이 빽빽하다.
흔히 에미넴에게는 세 개의 자아가 있다고들 한다. Marshall Mathers 일 때의 에미넴, Slim Shady 일 때의 에미넴, 그리고 Eminem으로써의 에미넴. 나는 그중에 Slim Shady를 가장 좋아한다.
에미넴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랩을 그냥 졸라 잘한다'. 최근까지도 작업을 이어나가는 아티스트 중에서 에미넴만큼 랩씻으로 조지는 아티스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에미넴은 랩만으로 곡들을 죽여놓는다. 그가 스스로를 'Rap God' 이라고 칭했을 때,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미넴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뭐'.
그러면 왜 나는 Eminem이 아니라 Slim Shady를 가장 좋아하는가? Rap God인 에미넴은 shady 보다는 eminem에 더 가까운데. 그 이유는 shady만이 보여주는 익살스러움에 있다.
Shady는 랩을 하지 않는다. 그냥 '말을 뱉는데 그게 랩이 되는 것이다'. 흔히들 에미넴의 작사 능력을 이야기할 때 말도 안되는 라이밍 능력을 가장 높게 치곤 한다. 물론 나도 에미넴의 괴물 같은 라이밍 능력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은 아마 영어 사전을 매년 업데이트해서 자기 머릿속에 집어넣을 것이다. 그런데 shady는 이런 라이밍 능력에 '재치'가 더해져 있다.
우리가 아주 절친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아주 거하게 취해서.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누구도 웃기려고 무슨 말을 뱉지 않는다. 그냥 아무 말이나 뱉었는데 모두가 공감하고 세상이 떠나가라 웃는다. Shady의 랩은 그런 랩이다. Marshall Mathers가 '나는 이런 뜻을 전달하고 싶어'라는 목적을 가지고 랩을 수단으로 이용한다면. Eminem이 '나 랩 존나 잘해, 내 음악 좀 들어봐'라는 목적을 가지고 랩을 수단으로 이용한다면. Shady는 둘에게 망설임 없이 중지를 올린다. '난 그냥 지껄이고, 조롱하고, 까부는 중이야. 근데 그게 내가 하면 랩인데 어떡해?' 같은 느낌이다.
그런 Shady적인 면모를 가장 크게 보여주는 곡이 세 개 있는데, 하나는 오늘 소개하는 The Real Slim Shady이고, 다른 두 곡은 아마 말하지 않아도 여러분이 알고 있을 Without Me, 그리고 My Name Is이다. 셋 중에 뭘 고를까 하다가 에미넴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앨범의 수록곡인 TRSS를 골랐다.
가사를 모르고 이 곡을 처음 들으면, 그냥 신난다. 하이톤의 멜로디 라인에 찰지게 얹히는 에미넴의 랩을 듣다 보면 그냥 신이 난다. 처음 가사를 알고 나면, 에미넴이 미친놈으로 보인다. '어떻게 이런 가사를?' 이란 생각이 가사 한 줄마다 든다(지나치게 선정적이기 때문에 예시를 들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이 곡의 가사를 천천히 음미하면, 에미넴이 누구를 위해서 이런 곡을 발매했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shady를 숨겨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짜증 나는 일은 거리낌 없이 비판하고, 기분 나쁜 놈들을 조롱하고, 나를 화나게 하면 욕을 하는 shady의 모습을, 우리는 그저 열심히 억누르고 살아갈 뿐일 수도 있다. 에미넴은 우리 모두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래서 곡의 도입부 '진짜 shady'를 찾는 인트로가 자신의 카피캣과 자신보다 랩도 못하면서 깝치는 놈들을 조롱하는 라인으로도 들리지만, 이 곡을 듣고 있는 리스너들에게도 '니들도 똑같잖아'라며 비아냥대는 것 같다. 뭐 그래도 그냥 노래를 듣다 보면 시원하다. 나는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이렇게는 못하니까. 참다 참다 욕이라도 한 번 시원하게 하고 싶으면 익살스럽고 천연덕스럽게 시원하게 욕을 하는 에미넴의 목소리를 찾는다. 그게 자신의 적이던,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이던. 에미넴은 하고 싶은 말은 하는 남자다.